[초4] 난독증이 아닌가 의심이 됩니다

지난번 강의 아주 이상깊게 잘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공감해주며 읽어주기….절대 잊을수 없습니다.

영어도.수학도.사회 과학도 그 어떤것도
책을 읽으며 그 안에서 자신이 능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할텐데 ….

뒤늦게 발견해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주 쉬운 문장을 읽고도 그게 무슨뜻인지 이해를 못합니다.

(고추장항아리가 막 화를 내니 소금항아리가 말하길 “너는 역시 흥분을 잘 하는구나”)
하는 글을 읽고 고추장항아리의 성격을 묻는 문제에서 인색하다고 합니다.

그 부분을 다섯번쯤 읽어주고 설명해 줘도 다시 문제를 풀땐 헷갈려합니다….정말 마음을 다 비워도 화가 폭발하더군요.

공습국어 독해력A 의 118쪽 문제를 풀때도
춘곤증에 대한 설명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되었을때 졸음이 오거나~] 이 문장이 분명 있었는데
“엄마 그런데 낱말뜻을 모르겠어. 춘곤증이 뭐야?”
하는것입니다. 헉….~~!!!

이게 도대체 어째서 그런걸까요?

중간고사때 92점 받았던 수학을 이번엔 60점대의 점수를 받았더군요.
틀린문제를 보았더니
“시계초침이 숫자 5를 가르키면 5초다” 이게 맞다고 체크했더군요.
이런식의 문제와..
계산을… 하면서 26+9 를 하는데 25라고 하거나 45라고 하거나…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무슨 영재문제집(영재라서가 아니라 사고를 좀 하라고…)을 사서 같이 풀다가 …..요즘은 공습국어 독해력과. 어휘력. 연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하자하는 마음으로 …
연산도 2학년수준부터. 공습독해도 A단계부터 풀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줘도 …본인은 다 안다고 하는데…영 미덥지 않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산의 교육열이 높아 친구들은 중학수학을 하네…영어는 프리토킹을 하네 하는데 저희는 1-2학년 연산부터 하고 있고.(사고력은 …) 그림책부터 읽고 있는데
때로는 어릴때 직장다니느라 못 읽어줬으니 이제부터라도 죄값을 치르자 하면서 어떤때는 인내를가지고 읽어주고 설명해주다가
어떤때는 이렇게 안되는 공부를 어찌하랴.포기할까…하는 생각으로 ..
너무나 힘이 듭니다.
아이는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더 속상합니다.
남들이 30분이면 끝내는 숙제를 4시간은 해야 합니다.
물론 중간에 간식도 먹고. 머리도 식히고.. 나름 열심히 하려고 자료도 찾고
하는데 … 그러다보니 많이 하지도 못하고 …
기말시험때는 새벽1시까지 거의 1주일을 공부하더군요.
본인이 하겠다는데 제가 몇번말리다가 … 그냥 두었는데 나름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성적은 평균이 10점이나 떨어지고
아주 쉬운(5를가르키면 5초다 식의) 문제를 틀리고.
이런경우 어떻게 해야할지….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하면 언젠간 보통을 될지…

아이는 아는지 모르는지… 처음엔 하버드 대 간다고 큰소리치더니 요샌
보통아이가 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해야할지….슬픕니다.도움말부탁드립니다.


[답변] 손병목 | 학부모 포털 부모2.0 대표 www.bumo2.com


많이 속상하고 답답하시겠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아이의 실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보다, 아이의 자신감 회복에 집중해야 합니다.

강남, 분당, 일산, 과천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일수록 남의 눈을 의식한 교육이 팽배하다보니, 고통 받는 아이가 많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라, 이제 고학년에 접어들면서, 또래 아이들보다 많이 뒤처지는 모습을 발견하면 누군들 속이 상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속상하는 것과 문제 해결방법은 전혀 별개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프로크로스테스의 침대’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로크로스테스는 사람들을 침대에 재우며, 침대보다 크면 다리를 잘라내고, 침대보다 작으면 억지로 키를 늘려 죽였습니다.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진전이 느리다고 하더라도, 다른 아이의 기준에 우리 아이를 억지로 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 남는 건, 부모의 실망감과 화, 그리고 아이의 공부에 대한 부정적 추억과 공부 무기력 뿐입니다.

다른 아이에 비해 글읽기나 수학적 사고력이 부족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11년을 자라면서 형성된 능력입니다. 왜 그렇게 이해를 못하느냐고 야단을 친들 그것이 누구를 향한 분노이겠습니까. 결국은 엄마 자신을 향한 원망의 소리일 뿐입니다.

부정적 보상 방법으로는 결코 우리아이에게 자발적 공부 습관을 들게 할 수 없습니다. ‘왜 30분이면 끝낼 일을 4시간이나 끌고 있냐’고 말해도, 결국 아이의 머릿속에는 ‘나는 못난 놈이야. 난 너무 느려. 난 공부에 소질이 없어’ 하는 관념만 남게 됩니다. 설사 이런 말을 직접 표현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 기운은 그대로 아이에게 전달됩니다. 비록 직접적으로 표현만 하지 않았지 아이에게 간접적으로 모두 전달이 됩니다.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공부의 의지를 다지며, 비록 남들보다는 느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하여 무언가를 성취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는 현재 남들보다 느리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남들보다 느리기 때문에 잘못됐거나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나는 남들보다 조금 느리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심어줘야 할 의식은, 남들보다 느리기 때문에 남을 따라잡기 위해, 이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학습능력의 차이를 인정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강연 때 1부에서 학습목표 성향을 그렇게 강조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남들보다 뛰어나야한다는 비교와 경쟁심에서 벗어날 때, 오히려 공부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고, 그래야 결과적으로 실력도 향상될 수 있는 것입니다. 고3이라면 모를까,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현실 인식과 공부에 대한 목표 설정입니다.

이러한 교육 원칙이 확고한 상태에서 아이가 부족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지도해야 합니다. 공감적 읽기를 통해 아이가 책에 빠지도록 만드는 노력, 공습국어 독해력과 같은 분석적 읽기 지도를 통해 주제를 찾고 요약하고 정리하는 노력, 구주어식을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가야 합니다. 아이의 현재 학습 능력을 감안하면 비교적 오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절대로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과거에 비해 나아진 점, 스스로 향상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 긍정적으로 지도하셔야 합니다. 결코 쉽지 않습니다. 부모가 아이에 대한 단기적 기대치를 낮추고, 당장의 아이의 행동과 능력을 고쳐주려 하기 보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고, 성취감을 키운다는 의식 전환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글을 읽고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독해력의 부족이며 공감 능력의 부족입니다. 춘곤증에 대한 설명을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역시 글을 정확하게 읽는 능력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독서능력, 독해력은 개인차가 매우 심하다고 강연회 때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볼 때 남들보다 몇 년 정도 느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아이가 책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엄마와 이야기를 하며 함께 읽으며, 책에 몰입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조금씩 키워가야 합니다.

단기적인 처방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러나 초등학생에게 단기적 처방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느리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어머니의 노력을 응원합니다.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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