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지도의 목적은?
정독습관과 독해력에 대해 강연할 때 제가 꼭 질문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독서 지도의 목적이 뭐지요?”
처음에는 거의 모두 대답을 못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 “독서 지도를 해서 어떤 능력이 향상되길 바라나요?”라고 물으면, 그제야 대답을 합니다. 대체로 독해력, 이해력, 사고력, 상상력, 문제해결력, 배경지식, 간접경험 등을 얘기합니다. 생각하고 정리하는 능력, 글쓰기 능력, 논술 능력 등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포괄적으로 공부와 인생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하나 틀린 말이 없습니다. 다 맞습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능력’들은 독서를 제대로 꾸준히 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이지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능력을 높이기 위해 독서 지도를 하는 까닭에 우리 아이들이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겁니다. 독해력이나 이해력을 목적으로 두면 책을 읽고 난 후에 자꾸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책 뒤의 ‘부모를 위한 코너’를 참조하여 몇 마디 물어봅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대답을 잘 안 합니다.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잘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엄마들은 더 불안합니다. 발표력이 떨어지는 것 같고, 표현력이 모자라는 것 같고, 책 읽을 때 집중하여 읽는 것 같지 않고, 독해 능력도 좀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많은 능력들, 즉 보통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독서 지도의 여러 목적들을 다섯 자로 줄이면 뭘까요? 바로 ‘불/순/한/목/적’입니다. 밑줄 치세요.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글자를 모를 때만 해도 우리는 순수하게 책을 읽어줬습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는 책을 읽어주면서 여러분은 어떤 기대를 했었나요? 그저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가장 컸을 것입니다. 그 책에 도대체 어떤 교훈이 있나요? 똥이 머리 위에 떨어졌는데도 얼른 치우지 않고, 늘 똥을 머리에 얹고 돌아다니며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하고 묻습니다. 아이들은 그 모습이 우스워 그 책을 좋아합니다. 그 책을 좋아지니 다른 책도 보기를 원합니다. 엄마가 사랑스럽게 책을 읽어줄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 머릿속에 책은 ‘좋은 것’으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글을 깨치고, 엄마가 읽어주기보다는 혼자서 읽으라고 강요하고, 읽을 책의 수준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아이들은 책으로부터 점점 멀어졌습니다.
독서 지도는 책 읽는 방법이나 글 쓰는 법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닙니다. 독서 지도의 근본적인 목적은 ‘책을 읽고 싶어 하도록 만드는’ 데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꾸준히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책이 점점 좋아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제대로 독서 지도를 한 겁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그 재미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독서 지도의 1차적인 목적입니다. 독서가 취미인 아이로 만드는 것이 독서 지도의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제발 이 목적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독서토론을 열심히 해도 아이가 책 읽기를 점점 싫어하게 된다면 독서 지도는 실패한 것입니다.
거실을 서재로 만들면 뭣하나
과거에 비해 책 읽는 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높아져 아이가 원한다면 책만큼은 사 줄 형편이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라면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책만큼은 충분히 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일 겁니다. 설사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도서관에서 책을 충분히 빌려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가족 수만큼 도서 대출증을 만들면 원하는 만큼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도 많이 생겼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이 책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책에 많이 노출되면 책을 좋아해야 할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TV와 인터넷 접촉 시간은 늘고 독서량은 줄고 있습니다. 특히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비율이 과거에 비해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로 보건데 미래에는 책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지만 앞으로 더욱 그러한 시대가 올 것입니다. 다른 그 어떤 투자보다 책 읽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책 사줄 돈도 필요하겠지만 그 전에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여러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책 읽는 환경을 만드는 겁니다. 모 신문사에서 주도하여 전국적 운동이 된 ‘거실을 서재로’ 캠페인을 기억하시나요? 혹시 여러분 거실은 서재로 만들었나요? 아직까지 거실에 초대형 벽걸이 TV가 걸려 있고, 주말마다 가족들이 그것을 즐겨 보면서, 우리 아이만큼은 책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고 있지는 않나요? 책보다 강한 자극에 익숙하게 되면 책이 주는 약한 자극에는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따라서 책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책 읽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실을 서재로 만들어 놓았다고 해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거실을 서재로 만들어 놓고 안방을 거실처럼 쓰는 가정이 꽤 있습니다. 그 넓은 거실에는 아무도 없고 TV가 놓여있는 안방에 다들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우습지 않나요? 왜 그 넓은 거실을 서재로 만들어 놓았을까요?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정신입니다. 거실을 서재로 만들라는 것은 거실을 우아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책 읽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인데, 책 읽는 환경의 완성은 책을 보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부모가 늘 책 읽는 모습이 보여야 합니다. 거실에는 오로지 아이들 책으로만 가득하고, 그 책을 읽는 사람은 오직 아이들밖에 없을 때, 이런 환경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왜 나만?’이라는 생각이 들 때, 아이는 책이 오히려 부담스러워집니다.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최소한 이와 같은 환경을 만들었다고 가정하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거실에는 TV 대신 책이 가득하고, 걸핏하면 누워서 TV 보는 부모의 모습보다는 조용히 책 읽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말씀 드리는 겁니다. 이런 환경을 만들지 않고서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면, 그건 너무 무책임한 바람입니다.
(정독습관, 독해력을 키우는 방법,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