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2] 귀로 읽는 능력이 곧 눈으로 읽는 능력
듣기 능력은 청각 능력이 아닙니다. 듣고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읽기 능력은 시각 능력이 아닙니다. 읽고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결국 둘 다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듣기 능력은, 그래서 ‘귀로 읽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귀로 읽는 능력이 뛰어난 아이는 눈으로 읽는 능력 또한 그 수준만큼 발달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귀로 듣고도 이해 못할 때는 눈으로 읽어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아직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듣고 이해하는 능력보다 뒤처진 초등학생 시절, 귀로 읽는 능력이라도 꾸준히 향상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것이 곧 생각하는 능력이며, 이 능력은 꾸준히 발달시켜야 합니다. 스스로 읽을 때 이해하는 능력이 비록 조금 모자라더라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은 충분히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시간이 차차 지나면서 아이의 읽기 능력은 조금씩 나아질 것이고, 읽기 능력과 듣기 능력 차가 줄어들면 귀로 충분히 읽은 만큼 눈으로도 읽는 능력도 발달되어 있을 것입니다. 넘치도록 귀로 읽은 경험을 한 아이는 혼자 읽을 때 이해하는 능력이 훨씬 커집니다. 스스로 읽고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최선의 방법은, 넘치도록 읽어주는 것입니다.
초등학교의 <말하기.듣기> 교과서가 <듣기.말하기>로 바뀌었습니다. 듣기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입니다. 학교 수업 역시 거의 모든 시간이 듣기와 읽기로 이루어집니다. 듣기 능력이 약한 아이들은 학교 수업에 적응하기 힘듭니다.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능력은 공부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서 필수적이 능력입니다. 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매일 듣고 자란 아이는 남의 말에 듣는 것에 매우 익숙합니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습관만큼 중요한 것도 없습니다. 이 소중한 습관 역시 꾸준한 읽어주기를 통해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이유 3] 책이 좋아지는 광고 방송을 하세요
광고 공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광고 방송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도대체 왜 이렇게들 광고에 목숨을 거는 걸까요?
제가 강연 때 대기업에서 왜 이렇게 광고에 혈안이 되어 있는지 아느냐고 질문하면, 대부분 ‘세뇌’를 시키기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머릿속에 단단히 각인시키기 위함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미 충분히 각인되었고, 충분히 세뇌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한두 달 한국을 떠나 해외여행을 다녀온다고 칩시다. 한국의 광고방송을 한두 달 완전히 볼 수 없었다고 칩시다. 그러면 머릿속의 우리나라 기업 이미지가 바뀌나요? 아마 그대로일 것입니다. 여전히 머릿속에서는 전자제품 하면 삼성이 먼저 떠오를 것이고, 통신사 하면 SKT가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그 순서가 쉽게 바뀌기 힘듭니다. 한 달 동안 광고 한 편 보지 않아도 우리 머릿속 이미지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매일, 매시간, 그것도 모든 매체를 통해 광고를 퍼부어대는 걸까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일명 ‘기억의 사다리’라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밥솥 하면 쿠쿠가 먼저 떠오릅니다. 전기밥솥이라는 기억의 사다리 맨 꼭대기를 쿠쿠가 점하고 있는 겁니다. 전자제품 하면 맨 먼저 삼성이 떠오를 테고, 이어서 LG와 대우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전자제품이라는 기억의 사다리는 위쪽부터 삼성, LG, 대우가 차례대로 점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광고는 기억의 사다리의 맨 꼭대기를 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맨 꼭대기가 안 된다면 최소한 세 번째까지는 차지하고자하는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그래야 ‘선택’의 순간에 그 브랜드 또는 그 제품이 선택받을 수 있으니까요. ‘가전3사’라는 말은 누가 만들어냈을까요? 그 말을 누가 가장 많이 사용할까요? 삼성이 그런 말을 할까요? 1위는 결코 그런 말을 스스로 하지 않습니다. 1,2,3위를 묶어 하나로 취급당하고 싶어 하는 3위의 몸부림입니다.
지금 광고 전쟁이 벌어진 까닭은 결국 경쟁 때문입니다. 기억의 사다리의 위쪽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끝없는 경쟁입니다.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없다면, 곧 그 죽음이니까요. 소비자 머릿속의 기억의 사다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곧 생존의 문제입니다. 만약 경쟁사가 없다면, 그래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면 이렇게 독하게 광고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책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죠? 취미가 독서인 아이로 키우고 싶죠? 시간이 날 때, 좀 심심할 때, 게임기나 TV를 보는 대신 책을 꺼내보는 아이로 키우고 싶죠? 그렇다면 광고를 하세요. 우리 아이들 머릿속 기억의 사다리 맨 위쪽에 ‘책 읽기의 즐거움’이 자리 잡도록 도와주세요. 아이들은 엄청난 광고 방송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책으로부터 멀어지는 광고 방송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학교에 가면서부터 이 상황은 심각해집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 배우는 ‘책’인 교과서, 이 교과서가 너무 재미있어서 책이 좋아졌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수업 후 쉬는 시간에 아이들은 또 어떤 얘기들을 하나요? ‘어제 참 재미있는 책을 읽었는데 한 번 들어볼래?’ 이런 아이들이 있을까요?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책 얘기를 하긴 합니다. ‘이번에 18권 새로 나왔다는데, 혹시 너 봤니?’ 이런 얘기는 합니다. 물론 만화책이겠죠. ‘너 그거 봤니?’하면 대개 TV 프로그램이구요. 이런 말도 곧잘 합니다. ‘너, 그거 깼니? 나 이번에 해냈다. 어제 드디어!’ 무슨 얘길 하는 걸까요? 심화문제나 경시대회 문제라도 푼 걸까요? 아니죠. 게임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나, 이번에 다 모았는데, 너는?’ 뭘 다 모았다는 겁니까? 선생님께서 나눠주시는 칭찬 스티커인가요? 아닐 겁니다. 아마 캐릭터 스티커나 딱지를 말할 겁니다.
아이들끼리의 대화 주제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 포함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거의 없습니다. 학교에서 수업할 때, 수업 끝나고 쉴 때, 학원에서, 그 어디에서도 아이들 머릿속에 책이 주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럼 집에서는 어떤가요? 책이 읽고 싶어지는 환경이 되어 있나요? TV는 어지간해서는 켜져 있지 않고, 엄마도 책을 읽으며 즐거워하고, 아빠도 책을 읽으며 흐뭇해하는 그런 환경인가요?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도대체 우리 아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책에 흠뻑 빠지도록 만들 건가요? 우리가 책이 좋아지는 광고방송을 포기하고 있을 때, 책보다 훨씬 재미있는 많은 것들이 우리 아이를 향해 이리 오라고 손짓하고 있습니다.
그냥 읽어주세요. 진심을 담아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만화책과 게임보다 훨씬 재미있는 내용이 책 속에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세요. 매일 매일 경험하게 해주세요. 그것이 곧 책이 좋아지는 광고방송입니다. 학교 갔다 와봐야 놀 것이라고는 바깥에서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 또는 책 읽는 것밖에 없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오히려 그때가 책 좋아하는 아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아이들 주위에 책이 많아진 만큼, 책보다 더 흥미로운 것들 또한 많아졌습니다. 책 읽는 환경이 과거에 비해 더 악화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책의 경쟁 상대가 훨씬 많아졌음을 아셔야 합니다.
책이 귀했던 시기, 어린이 동화 전집 한 세트라도 월부로 들여오면 책장이 닳도록 보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태어날 때부터 책들이 쌓여있습니다. 책 귀한 줄 모릅니다. 그래도 아이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열심히 읽어줄 때는 좋았습니다. 이제 좀 컸다고, 글자 좀 안다고 읽어주기를 게을리 하면서, 아이 역시 책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심심할 때 시간이 좀 날 때 놀 거리를 선택하는 그 순간, 우리 아이의 머릿속 기억의 사다리 위쪽에 책이 없습니다. 이때가 바로 광고가 필요할 때입니다. 책으로 아이의 관심을 다시 모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광고가 필요한 때입니다. 매일 저녁 20분의 책 좋아지는 광고 방송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심심할 때 하고 싶은 BEST 3 기억의 사다리’에 책이 없다면, 책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는 것은 요원한 일입니다.
(정독습관, 독해력을 키우는 방법,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