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 2009년 9월호
Q : 이제 4살 된 아들이 있는데, 편식이 너무 심해요. 특히, 야채 종류는 거의 먹으려 하지 않고 몰래 숨겨서 먹이려 하면 씹지도 않고 뱉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우리 아이의 편식 습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A : 편식은 분명히 고쳐야 할 습관이고 부모는 마땅히 이를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이를 고치는 과정이 강제적일 때 아이는 저항하고 내면에 분노가 쌓입니다. 먹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먹이는 것은 일종의 공격 행위입니다. 살살 달래다 지쳐 큰 소리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먹이는 행위, 심지어 입을 벌려 강제로 먹이는 행위는 폭력입니다. 이는 편식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부모에 대한 불신, 적대감 등의 정서적 문제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근본입니다. 편식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물론 편식이 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서 급식도 제대로 못 먹을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이와의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렇게 하면 아이가 어떻게 느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행동만 고치려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지 못할 때, 심각한 정서적 문제가 생깁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익숙한 것만 먹으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부모는 자녀의 이러한 습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비록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자녀의 행동 그 자체를 인정할 때, 오히려 거부감 없이 고쳐나갈 기회가 생깁니다. 어릴 때의 편식은 대개 어른이 되면 큰 문제없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을 인정하고 당장의 속상함을 뒤로 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천천히 시도해 보세요. 아이가 싫어하는 음식을 젓가락 끝으로 살짝 찍어서 맛보게 한다든지, 냄새만 맡아보게 해보세요. 특별히 강요하지 말고, 엄마 아빠가 정말 맛있게 먹어보세요. 아이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맛있게 며칠을 먹어보세요. 그리고 아주 살짝 아이에게 맛을 보게 해보세요. 그 음식과 관련된 책을 읽어주면서 음식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특정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아주 조금씩 줄여 가시기 바랍니다.
손병목 | 학부모 포털 사이트 부모2.0 대표 www.bumo2.com